[만화책]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문화 이야기 / 2002. 10. 10. 12:49
Urasawa Naoki 作 / 전 18권
독일 아이슬러 병원에 근무하는 일본인 천재외과의사 덴마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어느날 그는 밤 늦게 병원으로 실려온 시장을 수술하라는 병원장의 명령에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가 먼저 도착한 위급환자인 10세 소년 요한의 수술을 집도합니다. 덴마의 뛰어난 수술솜씨로 위급했던 소년은 살아났지만, 덴마 대신 동료가 수술을 맡았던 시장은 사망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가 의사의 양심을 지키며 살려낸 그 소년은 사실 양부모를 수차례 살해한 살인마로 인간 내면의 악을 일깨우는 ‘몬스터’였음이 후에 밝여집니다. 소년은 독이 든 사탕으로 몇 사람을 죽인 뒤 여동생과 함께 유유히 사라집니다.
자신이 괴물을 살려냈다는 걸 알게된 덴마는 계속되는 살인행각을 막기 위해 그를 뒤쫓다가 옛 동독의 소년수용소‘511 킨더하임’이라는 비밀스런 공간에 다다르게 됩니다. 요한은 과연 그곳에서 무슨 일을 당했으며, 무엇이 그를 살인마로 만들었을까요.
요한은 어린 시절 자신 속의 ‘몬스터’를 일깨워 준 소년수용소의 창시자 프란츠가 은둔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이곳을 살육의 현장으로 바꿔 놓습니다. 이를 막으려는 덴마와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요한의 쌍둥이 여동생 니나, 십년이 넘도록 이 사건의 실체를 캐왔던 룽게 형사가 이 마을에 도착하고 요한과 덴마는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과연 결론이 무엇이었을까 몇 년 동안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완결편은 요한이 가진 악마성의 뿌리로 다가가긴 합니다만,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으려고 조급해 한 느낌이 강합니다. 전편들에 비해 완결편이 힘이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한국영화 중 ‘예스터데이’ 라는 작품이 이 만화에서 많은 부분 차용해 간 느낌입니다…어릴 적 경험했던 끔찍했던 기억 때문에 자신 속의 ‘괴물’을 일깨워 준 박사가 은둔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모든 것을 끝내려 하는 점이 거의 똑같거든요…
이 만화는 그림들은 좀 투박하지만, 내용은 섬뜩합니다.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얼마나 작은 일에 움직이는지, 또한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쉽게 왜곡되어 질 수 있는지 이 만화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한의 심복 역할을 한 사람들은 요한이 건넨 따뜻한 코코아 한 잔,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준 한마디 말에 너무 쉽게 감화되고 그의 추종자가 되어 버립니다. 또한, 장미저택에서 끔찍한 일을 당했던 사람은 요한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여동생 니나였음이 나중에야 밝혀집니다. 요한은 여동생을 위로하기 위해 ‘넌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고 세뇌를 시키고 그 과정에서 두 남매의 기억은 왜곡되고 말았던 거죠…
사람들이 쌍둥이 남매 중 한 명을 데려가려고 했을 때 아이들을 지키려 완강히 거부하던 엄마는 처음엔 요한을 데려가라고 했다가 바로 말을 바꿔 니나를 보냅니다. 그 당시 둘은 똑 같은 원피스에 긴머리, 리본 핀을 꽂고 있었죠… 요한이 가장 궁금했던 건, 또한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정말로 엄마가 둘 중의 누구를 더 지켜주려고 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병실을 찾아 온 덴마에게 마지막으로 ‘엄마는 과연 누굴 선택했던 걸까요?’라는 질문을 남긴 채 또 다시 사라지고 맙니다…개인적으로 이 질문을 할 때 요한의 표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아마 요한이 죽을 때까지 그를 힘들게 할, 스스로를 괴롭힐 수 밖에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겠지요…
18권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에 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인물엔 논리적인 배경과 독특한 캐릭터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덴마와 요한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 책, 몬스터는 아직도 만화는 무조건 가볍고, 내용도 없는, 아이들이나 보면서 낄낄 거리는 잡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이 만화는 시간 때우기로 설렁설렁 읽어나갈 책은 아닙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 줄거리 요약하기도 쉽지 않고, 이 만화가 함축하고 있는 내용도 무척 심오합니다…만화라는 형식을 빌었을 뿐이지 내용은 다분히 철학적이기 때문이죠.
앙쥬…
[2002/ 7 / 25]
독일 아이슬러 병원에 근무하는 일본인 천재외과의사 덴마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어느날 그는 밤 늦게 병원으로 실려온 시장을 수술하라는 병원장의 명령에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가 먼저 도착한 위급환자인 10세 소년 요한의 수술을 집도합니다. 덴마의 뛰어난 수술솜씨로 위급했던 소년은 살아났지만, 덴마 대신 동료가 수술을 맡았던 시장은 사망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가 의사의 양심을 지키며 살려낸 그 소년은 사실 양부모를 수차례 살해한 살인마로 인간 내면의 악을 일깨우는 ‘몬스터’였음이 후에 밝여집니다. 소년은 독이 든 사탕으로 몇 사람을 죽인 뒤 여동생과 함께 유유히 사라집니다.
자신이 괴물을 살려냈다는 걸 알게된 덴마는 계속되는 살인행각을 막기 위해 그를 뒤쫓다가 옛 동독의 소년수용소‘511 킨더하임’이라는 비밀스런 공간에 다다르게 됩니다. 요한은 과연 그곳에서 무슨 일을 당했으며, 무엇이 그를 살인마로 만들었을까요.
요한은 어린 시절 자신 속의 ‘몬스터’를 일깨워 준 소년수용소의 창시자 프란츠가 은둔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이곳을 살육의 현장으로 바꿔 놓습니다. 이를 막으려는 덴마와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요한의 쌍둥이 여동생 니나, 십년이 넘도록 이 사건의 실체를 캐왔던 룽게 형사가 이 마을에 도착하고 요한과 덴마는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과연 결론이 무엇이었을까 몇 년 동안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완결편은 요한이 가진 악마성의 뿌리로 다가가긴 합니다만,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으려고 조급해 한 느낌이 강합니다. 전편들에 비해 완결편이 힘이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한국영화 중 ‘예스터데이’ 라는 작품이 이 만화에서 많은 부분 차용해 간 느낌입니다…어릴 적 경험했던 끔찍했던 기억 때문에 자신 속의 ‘괴물’을 일깨워 준 박사가 은둔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모든 것을 끝내려 하는 점이 거의 똑같거든요…
이 만화는 그림들은 좀 투박하지만, 내용은 섬뜩합니다.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얼마나 작은 일에 움직이는지, 또한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쉽게 왜곡되어 질 수 있는지 이 만화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한의 심복 역할을 한 사람들은 요한이 건넨 따뜻한 코코아 한 잔,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준 한마디 말에 너무 쉽게 감화되고 그의 추종자가 되어 버립니다. 또한, 장미저택에서 끔찍한 일을 당했던 사람은 요한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여동생 니나였음이 나중에야 밝혀집니다. 요한은 여동생을 위로하기 위해 ‘넌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고 세뇌를 시키고 그 과정에서 두 남매의 기억은 왜곡되고 말았던 거죠…
사람들이 쌍둥이 남매 중 한 명을 데려가려고 했을 때 아이들을 지키려 완강히 거부하던 엄마는 처음엔 요한을 데려가라고 했다가 바로 말을 바꿔 니나를 보냅니다. 그 당시 둘은 똑 같은 원피스에 긴머리, 리본 핀을 꽂고 있었죠… 요한이 가장 궁금했던 건, 또한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정말로 엄마가 둘 중의 누구를 더 지켜주려고 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병실을 찾아 온 덴마에게 마지막으로 ‘엄마는 과연 누굴 선택했던 걸까요?’라는 질문을 남긴 채 또 다시 사라지고 맙니다…개인적으로 이 질문을 할 때 요한의 표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아마 요한이 죽을 때까지 그를 힘들게 할, 스스로를 괴롭힐 수 밖에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겠지요…
18권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에 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인물엔 논리적인 배경과 독특한 캐릭터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덴마와 요한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 책, 몬스터는 아직도 만화는 무조건 가볍고, 내용도 없는, 아이들이나 보면서 낄낄 거리는 잡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이 만화는 시간 때우기로 설렁설렁 읽어나갈 책은 아닙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 줄거리 요약하기도 쉽지 않고, 이 만화가 함축하고 있는 내용도 무척 심오합니다…만화라는 형식을 빌었을 뿐이지 내용은 다분히 철학적이기 때문이죠.
앙쥬…
[2002/ 7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