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Marimo Ragawa의 동경소년이야기
문화 이야기 / 2003. 4. 19. 11:06
뉴욕뉴욕의 작가 라가와의 단편집이 있길래 빌려왔습니다.
뉴욕뉴욕과는 또 다른 분위기더군요...
'동경소년이야기'와 '힘내그래이' 이렇게 2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동경소년이야기>는 동경에서 공부 밖에 모르고 살던 요시즈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에 와서 겪게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시골에서의 생활이 적응이 안되고, 시골 아이들이 우스워 보이고,
자기를 이런 시골로 데리고 온 엄마가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촌인 타쿠와 요시즈보다 먼저 동경에서 전학왔던 사쿠라바의 도움으로
조금씩 조금씩 시골생활에 동화되어 갑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동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합니다...
요시즈가 상위 중학교에 입학하고도 시골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요시즈의 아빠는 시골로 엄마를 찾아와 요시즈를 동경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막상 동경으로 다시 돌아온 요시즈는 친구들과의 놀이가 흥미가 없고,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자기자신에 대해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에겐 이미 새엄마와 딸까지 생겨 있었고,
그걸 보면서 문득 요시즈는 자기가 한번도
엄마 입장에서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시즈의 결정으로 시골에서 살 것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해서 대학은 동경대학교로 진학을 하죠
몇 년만 떠나있었을 뿐인데도 동경의 그 복잡한 생활에 지쳐갈때면
요시즈가 떠올리는 풍경은 어릴적부터 살아온 동경이 아니라
몇년간만 살았을 뿐일 엄마의 고향 마을이었습니다...
아마, 그 곳엔 요시즈의 선생님과 재혼한 엄마와
항상 그의 편이 되어주었던 사촌 타쿠가 있고
그들과 함께 하고, 그의 감정을 키워주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겠죠...
아마, 요시즈는 결혼도 사쿠라바와 하게 될 테고,
어쩌면 결혼 이후에는 고향 근처에서 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고향이란 물리적 고향보다 더 중요할 지도 모릅니다...
<힘내그래이>는 시골 출신 주인공이 동경에 와서 언어로 인해 겪게되는 어려움,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동경소년이야기보다 이 단편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자신이 사투리를 쓰면 남들이 못 알아 들을까봐, 비웃을까봐
표준어로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짧은 대답 밖에는 할 수 없고,
그나마 대답을 할 때도 한템포 쉬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그에게 '과묵'하다는 평가를 내리던 친구들도 조금씩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는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섬'이 되어 갑니다.
그러다,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너무도 활달한 그녀를 알게 됩니다.
예쁜 얼굴과 안 어울리는 심한 사투리, 그러나 그녀는 너무 당당합니다...
그녀가 그에게 말합니다...
"힘내그래이~ 내는 니가 걱정된데이~"
그 말에 그는 왠지모를 힘이 납니다...
점점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던 주인공은
이제 고향친구들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표준어를 쓰게 되고
점점 짧은 대답을 하고 있음을 문득 깨닫고 절규합니다...
원래 그는 친구들과의 수다를 좋아하는 활달한 청년이었는데 말입니다...
자기를 제대로 표현한다는 거,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겨우 그 동안 가슴에 쌓였던 이야기들을 떠듬떠듬 풀어놓고
그렇게 감정을 풀어놓은 후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 주인공은
아마 앞으로는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문득 대학교때 일이 생각 나더군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날, 우리 신입생들중에 유독 눈에 띄는 준수한 용모를 지닌
남학생이 한 명 있어서 모든 여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습니다.
다들 힐끔힐끔 그 녀석을 훔쳐보았죠...^^
모임이 거의 끝날 때까지 그 녀석은 한마디도 하지 않아서
다들 잘 생긴게 '과묵'하기까지하다고 생각했더랍니다...
그런데 모임이 거의 끝날 무렵 신입생 전체 MT 일정에 대해 그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근데에~" 하면서 진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것이 아닙니까?
모두들 혼비백산, 낄낄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장난아니었습니다.
잘생긴 얼굴과 부산 사투리는 왠지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거든요...^^
암튼, 그리고나서 우리는 그 일을 거의 다 잊고 있었는데
졸업할 무렵이던가 졸업이후던가 어느 술자리에서 그 녀석이 제게 묻더군요...
그 때 모두들 왜 웃었느냐고...그 날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했는 줄 알고 너무 당황했노라고...
한동안 과여자친구들과 말하는 게 너무 힘들었노라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왜 그리 미안해지던지...
네가 실수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 잘생겨서(지금은 망가져서 아니지만...^^)
잘 생긴 얼굴과 사투리의 부조화스러움 때문에 순간 웃은 것 뿐이라고,
하지만 그 날 이후 너의 사투리를 우습게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 날 그 녀석은 너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질문을 마쳤고
그냥 덤덤하게 집으로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몇 년이 지나서까지 마음 속에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사람들은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며 웃곤 합니다.
때로는 사투리 때문에, 말 더듬는 것 때문에, 버벅거리는 것 때문에, 특이한 표현 때문에...
하지만, 그 웃음이 말하는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라는 게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이 넘 많으니 말입니다...ㅡ.ㅡ;;
앙쥬...
(2003. 4. 19)
뉴욕뉴욕과는 또 다른 분위기더군요...
'동경소년이야기'와 '힘내그래이' 이렇게 2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동경소년이야기>는 동경에서 공부 밖에 모르고 살던 요시즈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에 와서 겪게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시골에서의 생활이 적응이 안되고, 시골 아이들이 우스워 보이고,
자기를 이런 시골로 데리고 온 엄마가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촌인 타쿠와 요시즈보다 먼저 동경에서 전학왔던 사쿠라바의 도움으로
조금씩 조금씩 시골생활에 동화되어 갑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동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합니다...
요시즈가 상위 중학교에 입학하고도 시골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요시즈의 아빠는 시골로 엄마를 찾아와 요시즈를 동경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막상 동경으로 다시 돌아온 요시즈는 친구들과의 놀이가 흥미가 없고,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자기자신에 대해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에겐 이미 새엄마와 딸까지 생겨 있었고,
그걸 보면서 문득 요시즈는 자기가 한번도
엄마 입장에서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시즈의 결정으로 시골에서 살 것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해서 대학은 동경대학교로 진학을 하죠
몇 년만 떠나있었을 뿐인데도 동경의 그 복잡한 생활에 지쳐갈때면
요시즈가 떠올리는 풍경은 어릴적부터 살아온 동경이 아니라
몇년간만 살았을 뿐일 엄마의 고향 마을이었습니다...
아마, 그 곳엔 요시즈의 선생님과 재혼한 엄마와
항상 그의 편이 되어주었던 사촌 타쿠가 있고
그들과 함께 하고, 그의 감정을 키워주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겠죠...
아마, 요시즈는 결혼도 사쿠라바와 하게 될 테고,
어쩌면 결혼 이후에는 고향 근처에서 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고향이란 물리적 고향보다 더 중요할 지도 모릅니다...
<힘내그래이>는 시골 출신 주인공이 동경에 와서 언어로 인해 겪게되는 어려움,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동경소년이야기보다 이 단편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자신이 사투리를 쓰면 남들이 못 알아 들을까봐, 비웃을까봐
표준어로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짧은 대답 밖에는 할 수 없고,
그나마 대답을 할 때도 한템포 쉬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그에게 '과묵'하다는 평가를 내리던 친구들도 조금씩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는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섬'이 되어 갑니다.
그러다,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너무도 활달한 그녀를 알게 됩니다.
예쁜 얼굴과 안 어울리는 심한 사투리, 그러나 그녀는 너무 당당합니다...
그녀가 그에게 말합니다...
"힘내그래이~ 내는 니가 걱정된데이~"
그 말에 그는 왠지모를 힘이 납니다...
점점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던 주인공은
이제 고향친구들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표준어를 쓰게 되고
점점 짧은 대답을 하고 있음을 문득 깨닫고 절규합니다...
원래 그는 친구들과의 수다를 좋아하는 활달한 청년이었는데 말입니다...
자기를 제대로 표현한다는 거,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겨우 그 동안 가슴에 쌓였던 이야기들을 떠듬떠듬 풀어놓고
그렇게 감정을 풀어놓은 후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 주인공은
아마 앞으로는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문득 대학교때 일이 생각 나더군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날, 우리 신입생들중에 유독 눈에 띄는 준수한 용모를 지닌
남학생이 한 명 있어서 모든 여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습니다.
다들 힐끔힐끔 그 녀석을 훔쳐보았죠...^^
모임이 거의 끝날 때까지 그 녀석은 한마디도 하지 않아서
다들 잘 생긴게 '과묵'하기까지하다고 생각했더랍니다...
그런데 모임이 거의 끝날 무렵 신입생 전체 MT 일정에 대해 그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근데에~" 하면서 진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것이 아닙니까?
모두들 혼비백산, 낄낄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장난아니었습니다.
잘생긴 얼굴과 부산 사투리는 왠지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거든요...^^
암튼, 그리고나서 우리는 그 일을 거의 다 잊고 있었는데
졸업할 무렵이던가 졸업이후던가 어느 술자리에서 그 녀석이 제게 묻더군요...
그 때 모두들 왜 웃었느냐고...그 날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했는 줄 알고 너무 당황했노라고...
한동안 과여자친구들과 말하는 게 너무 힘들었노라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왜 그리 미안해지던지...
네가 실수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 잘생겨서(지금은 망가져서 아니지만...^^)
잘 생긴 얼굴과 사투리의 부조화스러움 때문에 순간 웃은 것 뿐이라고,
하지만 그 날 이후 너의 사투리를 우습게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 날 그 녀석은 너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질문을 마쳤고
그냥 덤덤하게 집으로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몇 년이 지나서까지 마음 속에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사람들은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며 웃곤 합니다.
때로는 사투리 때문에, 말 더듬는 것 때문에, 버벅거리는 것 때문에, 특이한 표현 때문에...
하지만, 그 웃음이 말하는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라는 게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이 넘 많으니 말입니다...ㅡ.ㅡ;;
앙쥬...
(2003.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