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여전히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네요.
일본소설이 잘 팔리다보니...여러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내어놓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하나가 잘 팔리면 우르르 몰려드는 거 안하면 참 좋을텐데...
다들 돈만 보고 달려가니 참 어렵겠죠?
하긴 저도 돈 좋아하는데...누구라고 싫어하겠어요...
그리고 일본 소설 참 많이도 산 것 같은데...그래도 아직 책장 한줄도 다 채우지는 못했더라구요.
읽고나면...별로 남는 건 없는게 일본소설이지만...그래도 재밌어서 보게 됩니다...ㅎㅎ
1. 즐거운 우리집 (공지영 / 푸른숲 / 9,800원)
책을 다 읽고 정말 목 놓아 엉엉 울었습니다.
옆 방에서 웹서핑하던 남편이 무슨 일이냐고 놀라서 달려올 정도로.
뭐라고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인생의 많은 굴곡을 거쳐온 주인공이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서글픈 행복감이 물밀듯이 넘쳐났다고 할까요...
3번 이혼하고, 각기 성이 다른 3명의 아이를,
말 많고 탈 많은 한국이란 나라에서 길러내서가 아니라...
그 여자에 삶에 대한 동정심이라던가 하는 그런 감정이 아니라...
그냥 같은 여자로서, 같은 인간으로서 삶의 본질을 마주하고 난 것 같은 동지의식 같은 거랄까...
그래요. 누구나...행복해지려고 사는 거고, 집은 언제나 즐거운 곳이길 바라게 되죠.
현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더더욱 그런거겠죠.
어떻게 사는 게 진짜 행복인지,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 산다는 건...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지는 일인 것 같습니다.
2.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백영옥 / 예담 / 10,000원)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을 읽고 넘 가라앉은 마음을 추스리고자 좀 가벼운 책을 골라들었습니다.
33세의 독신작가가 써내려간 '컬쳐 오브 시티'라고나 할까요...
반짝반짝하지만...30대라 하기엔 조금은 가벼운...그러나 아줌마 입장에서 보면 참 부러운 그런...
다시 태어난다면...독신의 삶을 선택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가끔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런데...친구가 그러더군요. '걱정마.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을거야' ㅎㅎ
암튼 꼭 결혼을 해야한다면...지금의 남편이랑 또 하겠지만(정말? -,.-)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면...나도 독신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아무 책임질 것도 없는 자유롭고 자유로운 삶이 언제까지나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선택엔 그 댓가가 따르는 법이니까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겠죠.
조금 가볍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반짝반짝 빛나는 감수성이 돋보이는 이 칼럼집에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은 우습게도 "고생 끝에 오는 것은 낙이 아니라 병이다" 랍니다...^^
3.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미우라 시온 지음 / 권남희 옮김 / 들녘 / 10,000원)
마호로역 근처에 사는 다다라는 사람이 심부름집을 운영해서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이 제목인 이 책.
소심하기 짝이 없는 다다의 일상이란 별 변화가 없었는데...갑자기 그 앞에...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고교동창인 교텐이 나타나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되기 시작합니다.
다다도, 교텐도...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실은
다 한가지 이상씩 상처를 지닌 사람들로
서로 속내를 숨기고, 상처를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지만...
조금씩 가까와지고, 조금씩 서로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받으며 그렇게 조금씩 변화가 옵니다.
그래봐야 세상 변두리에 사는 루저들의 삶이란게 거기서 거기지만 말입니다.
그래도...세상 변두리에서 들려오는 인생찬미가가 때로운 더 감동적일 수도 있겠죠?
4.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 권일영 옮김 / 예담 / 11,000원)
첨 제목을 보고는...좀 딱딱한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신으로부터의 한마디'에서의 신이란 바로 고객을 말하고,
결국 저 이야긴 고객의 말이란 뜻이더군요!
다마가와 식품 직원들은 건물 곳곳에 걸려있는 창업주의 교훈인
'신으로부터의 한마디'라는 문구가 쓰여진 액자를 늘 보고 다니지만...
고객상담실에 걸려온 불만의 소리를 정리한 보고서는 경영진에 보고되기 전
중간 단계에서 모두 문서가 파쇄되는 아이러닉.
일본소설치고는 책 두께가 엄청난데...의외로 빠른 전개와
독특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때문에 술술 잘 읽히더군요.
등장인물 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해요.
일본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대충 어떤 드라마가 되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회사 내의 암투, 줄 서기, 좌천, 사내루머 등등을 잘 잡아내었습니다.
무겁지 않게 쓴 어느 신입사원의 회사내에서의 성장소설이라고도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그 기간이란게...1년도 채 안되어 사표를 내버렸지만 말입니다...
기업을 다룬 소설치고는 참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였습니다.
5. GO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8,500원)
워낙 너무 유명해진 사람이라 도대체 어떤 소설을 쓰길래 그런가 궁금해서 읽어봤죠.
이 사람이 재일교포라는 건 이번에 첨 알았습니다.
표지에 있는 작가 소개에서 재일교포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아...자기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책을 읽어보니 제 생각이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렸습니다.
정체성을 고민하고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까지는 맞았지만...
그 다음 과정이 많이 다르더군요.
하지만...역시나 별로 제 취향은 아니라...이 사람의 다른 작품을 사게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영화화 되었던 '플라이 대디' 정도는 읽어볼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6. 하드보일드 에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10,800원)
멋진 탐정을 꿈꿔왔으나...현실은 집 나간 개나 고양이를 주로 찾아주는 게 주업무가 되버린
소심한 탐정 슌페이 앞에 어느 날 '아야'라는 멋진 여성이 비서직을 원한다며 찾아옵니다.
아야는 전화목소리는 아름다운 20대 아가씨이나 실제는 70대인 열혈 할머니.
탐정은 어떻게든 이 할머니를 내보내려하지만...일은 복잡하게만 꼬여가고...
결국 살인사건에까지 연루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기에 이릅니다.
살다보면 피해갈 수 없는 길 앞에 서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늘 열정적일 순 없더라도,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될 지라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작가는 주인공 슌페이를 통해 잘났건 못났건 모두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유머러스한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일본식 유머인지...
무겁거나 침울하진 않았지만...그렇다고 아주 유머러스한 느낌은 못 받았네요.
이 책도 일본 소설치고는 분량이 좀 많고,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보다는 더디게 읽히더군요...
앙쥬...
(200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