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쿠다 히데오 종합편...
전 어떤 작가의 작품이 맘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연달아 사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책꽂이는 작가별 분류가 되어 있는 편이죠...
우연히 선물로 받은 '공중그네' 라는 책. 출판사도 표지도 뭐 그냥 평범했습니다.
그런데...한 번 읽기 시작하자 눈을 뗄수가 없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아...이런 이라부 같은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마유미짱 같은 간호사가 있는 병원이라면 정신병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약간은 무시무시한 어감이 좀 상쇄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읽은 '인더풀'이란 작품은 공중그네의 연장선 같은 작품으로 재미는 있었지만 공중그네때만큼 임팩트가 있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도쿄에서 보건소로 자원봉사 나온 이라부 라는 의사까지 합세해 선거전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라부종합병원의 후계자인 의사 이라부의 기행은 점점 더 도를 더해갑니다. 엽기 간호사 마유미짱 또한 이라부에게 뒤지지 않고요. 하지만...섬마을 노인들은 이라부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이라부가 중심에 서서 날로 심각해져 가던 선거분위기를 예전 분위기로 돌려놓습니다. 그리고 도시청년은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치열한 면장선거기간은 다른 낙이 없는 섬사람들에겐 축제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타지역 사람들이 보기엔 싸움이었지만 실상 그들은 서로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이 책에는 면장선거 외에도 대기업 야구 구단주, 미모의 중년 여배우 등에 얽힌 이야기들도
실려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로소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가 남성작가였음을 다시금 극명하게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전 개인적으로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는 부모들이 나오는 소설이나 만화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상 속의 공간에서까지 그런 대책없는 부모들을 보면서 속 터지는 게 싫어서 말이지요...ㅎㅎ
그런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튀어에 나오는 아빠는 묘하게도 어떤 부분에선 속이 시원해지는 부분이 있더란 말이지요. 첨엔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던 엄마의 심리도 아빠와의 지나간 일을 회상하는 부분에서 이해가 되고요.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결국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과정이 남성다운 필치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작풍이 확연히 달라서 좀 어라? 하는 당황스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범주에 넣어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아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엽기적인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가 나오지 않는대신 에피소드마다 어찌나 넘사스런 성애 표현이 많던지...-_-;;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연하의 신입사원에게 반해버린 고사카 요코. 여자 상사 밑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속 좁은 남자 때문에 피곤한 세이코.타고난 미모로 화려한 이십대를 보냈지만 30대에 접어들며 더 이상 자신이 젊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는 유키코. 친구인 메구미가 아파트를 구입하자 부러움에 아파트 구입을 계획하는 당찬 여사원 유카리. 언제나 똑부러지게 일로 승부하고 싶어하는, 서른 둘 나이에 이혼하고 편모가 되어버린 히라이 다카코. 걸에서 오쿠다 히데오가 소개하는 여자들은 한때는 '걸'이었던,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걸'이 아닌 여자들입니다.
하지만 우여곡절은 있지만 걸이건 걸이 아니건 그녀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쿨하고 당당한 여자들이죠.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이라부 의사는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정신과 의사 친구로 가볍게 코멘트만 나오고
이 책에선 등장하진 않습니다.
아직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이라부와 마유미의 엽기행각은 여전히 업그레이드 되고,
미처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도
오쿠다 히데오 만의 경쾌한 필치와 남다른 시각으로 펼쳐보이겠죠.
여기 소개한 책 중에서 저는 공중그네,면장선거, 걸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남쪽으로 튀어!만 다른 소설과 달리 대하장편소설(?)이라 다른 책들과는 좀 구별이 되는데
다른 장편들과는 달리 이 책은 앞부분이 더 재미나더군요. 적어도 저에게는 말이죠...
기분이 우울할 땐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른한 표정의 마유미짱이 놔주는 비타민 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말이지요...^^
앙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