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애니] 반딧불의 묘

앙쥬89 2002. 10. 10. 10:48
"나는 쇼와(昭和) 20년 9월에 죽었다"
주인공 세에따의 충격적인 멘트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엄마는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병원에 실려가나
다음날 운명하고, 전쟁으로 아빠는 연락이 끊긴 상태이고…
결국 어린 세에따와 세쯔꼬의 비극이 시작되고 맙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어린 남매가 전쟁으로 인해
더러워지고 처참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재현해내고
결국 차례로 죽어가는 모습까지 담담하게 표현해 냅니다.

정말 가슴아프고,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수작입니다.
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드롭푸스 사탕을 무척 좋아하던 세쯔꼬가
하나씩 아껴먹던 사탕을 다 먹고 너무 아쉬운 나머지
드롭푸스 사탕이 들어있던 깡통에 물을 부어
사탕의 마지막 향기까지 먹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그 깡통을 끝내 버리지 못했지요…
세쯔꼬에게 그 사탕 깡통은 단순한 통의 의미가 아니라
엄마, 아빠, 오빠와의 즐거웠던 시절을 상기시켜주는
유일한 고리였으니까요…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겐 정말 전쟁이란 너무너무 이해하기 힘들고 잔인합니다.
특히나 부모 없이 남겨진 어린 남매에겐 더더욱 가혹한 세상이었겠죠.


<토막정보 – 감독에 대해서…>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리얼리즘에 기초해서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계속하는 다까하다 이사오 감독은 1935년 생으로, 동경대 불문학과를 졸업함과 동시에 도에이(東映)동화에 입사. <늑대소년 켄>으로 연출을 시작한 그는 1968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태양의 왕자 홀스의 모험>으로 일약 만화영화계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당시까지 생소했던 인간의 내면 세계를 본격적으로 묘사하여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구요. 그는 TV 시리즈에도 진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비롯해 <첼로 켜는 고슈>, <추억은 방울방울>,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등을 감독했습니다.
<반딧불의 묘>는 그가 1988년에 감독한 90분짜리 애니메이션입니다.

앙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