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만화책] Clamp의 쵸비츠(Chobits)

앙쥬89 2003. 2. 27. 22:00
CLAMP 글,그림 / 서울문화사 / 현재 7권까지 발간

"치이"같은 퍼스널 컴퓨터는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꿈꿔오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예쁘고 상냥하고 똑똑하고 항상 같은 모습(절대 늙지 않는...갑자기 고장은 날지언정...)에다가
주인의 말엔 항상 복종하는...파티마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음...써 놓고 보니 남자형태로 만드어진 '치이'같은 컴퓨터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버려진 채 있었던 치이는 히데키에 의해 다시 재부팅되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잊은 해 히데키가 새로 지어 준 "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생활을 다시 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이'에겐 엄청난 비밀이 내재되어 있고,
그로 인해 치이 주변엔 항상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IT 쪽 지식이 전무하다시피한 히데키는
오로지 '치이'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으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근근이 모든 난관을 극복해 냅니다.

"몬스터"라는 작품과 마찬가지로 쵸비츠에서도 만화 속에 등장하는 '동화'가 중요한 복선이 됩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나선다는 주제의 이야기를 보며 치이는 희미하게나마
예전 자신의 일과 무언가 연관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에 몰두하게 됩니다.
치이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치이에게 숨겨진 비밀이 밝혀져서
치이가 진정한 사랑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컴퓨터가 나오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보다 컴퓨터에게서 위안을 얻고,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무엇인가가 결여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냥 만화 속 상상의 일로만 존재했으면 싶지만 몇세대 후에는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겠죠...
하긴, 지금도 컴퓨터가 없으면, 인터넷 접속이 안되면 불안해하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치이 같은 여성형 컴퓨터와 동세대를 살아야 한다면
컴퓨터 같은 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절규하던 '유미'와 같은 심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컴퓨터도 의지라는 것을 갖게 되고,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과연 인간과도 다를 바 없는 것일까요? 참 어렵고도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후세대에 태어날 여인네들이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건
사람 사이의 따뜻한 감정의 교류와 체온의 교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암튼, 쵸비츠라는 희대의 컴퓨터가 왜 기억상실증(?)에 걸렸는지,
치이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등이 밝혀지게 되는 후반부로 갈 수록
더욱 흥미진진해 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앙쥬...

(2003.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