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영화] 선생 김봉두

앙쥬89 2003. 4. 17. 10:28
'선생 김봉두'는 차승원이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한 영화이자
제가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혼자 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내용은 정말 뻐언합니다.
너무 뻔해서 다음 스토리, 대사까지 맞출 수 있어서
오히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뻔합니다.
음~ 이 쯤에선 우는 장면이 나오겠구나 생각하면 정말 우는 장면이 나오고
이 쯤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겟지 하면 정말 슬픈 장면이 나오는...

그런데, 그런 뻔한 영화를 보면서,
뻔히 눈물을 강요하는 대목이구나 느끼면서
저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보성초교 사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언제부터 존경의 대상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나 생각해보니 서글퍼지더군요...
하긴 선생님도 똑같은 사람인데 어쩌면 우리들이 이기적으로
선생님들은 이래야한다는 모범답안을 만들어놓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매도해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무얼 고민하는지,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는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영화는 조금 짜임새가 엉성합니다.
화면 넘어가는 편집도 조금 허술한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차승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왜 선생님이 되고자 했었는지,
그가 학생때 느끼던 불합리함, 억울함이 어떤 것이었는지 회상하는 장면은
퍽 가슴뭉클했습니다...

이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주인공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선생질을 할까 싶은 망나니 선생님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가 끝날 무렵 눈 쌓인 텅 빈 운동장에 혼자 남아 교정을 응시하는 그를 보며
이제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걸 믿게 됩니다.

앙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