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만화책]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

앙쥬89 2003. 7. 18. 14:23

# 책과 스티커, 그리고 예쁜 그림엽서 몇 장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승현 글, 그림 / 홍익출판사


"누구에게나 평생동안 혼자 간직하고픈 추억이 있다" 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그림이 매우 섬세하고 예쁩니다.
마치 맑은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

지은이 심승현은 마치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터치로 그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일들도 기억을 많이 하고 있는 듯 하고요...

파페와 포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일들로 엮어 낸 이 책은
우화적인 느낌도 들고, 어릴 적 생각도 나게 하고
어느 순간 사랑에 대해서, 부모에 대해서,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도 합니다.
너무 하찮은 일상이지만, 그런 일상이 모여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하찮은 일상이 다른 사람에겐 부러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작가는 자신의 경험담에 비추어 담담하고 맑은 어조로 들려줍니다.

늘 곁에 두고 보면서 마음을 순화시키는 것도 좋지만 특히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나, 나만 못난 것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들때
속상하고 외로워서 세상에 나만 혼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서글픔이 생길 때
파페포포의 이야기를 본다면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 걸음 멈추고 뒤돌아 본다면, 한 박자 쉬고 다시 걷는다면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각박하거나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어릴 때 화상을 입어 흉터가 생긴 왼손을 스무살 무렵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가위손'을 보며 가슴이 짠했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불편할 뿐이지, 부끄럽거나 불행하기만 한 일은 아닌데 말입니다...

앙쥬...

(2003.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