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영화 / DVD] 황산벌

앙쥬89 2004. 3. 22. 10:17
사실 이 영화를 본 지는 좀 되었는데...보고나서 어찌나 가슴이 답답한 지
바로 리뷰를 쓸 수가 없더군요...-.-^

'거시기'라는 말이 유행을 타면서 사극코미디인 것 처럼 홍보가 되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코미디를 가장한 비극인 듯 싶더군요...
뭐, 비극도 희극도 아닌 약간 어중간한 느낌이 더 강하긴 했지만요...

김유신 장군을 소정방 칙사로 군대를 줘서 보내면서
또 한편으론 뒤로 협상을 맺을 가신을 별도로 보내는
김춘추를 보면서 역시 정치는 저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더군요.
싸울 날은 기다리는 김유신에게 조급한 김춘추의 아들이 닥달을 하자
김유신 장군이 한소리 하죠...
"전쟁은 미친 놈들이 하는 것이여~ 전쟁은 미쳐야 하는거여...
니들은 정치는 알아도 전쟁은 몰라~"

사람들이 모두 백미(?)라고 일컬었던 계백장군 부인의 대사...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랑께. 호랑이는 가죽땜시 뒤지는 거시고,
사람은 이름때미 뒤지는거시여~"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영호남 갈등은 정말 역사가 깊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답니다.
신라, 백제가 싸움을 하면서 서로 얼마나 서로를 헐뜯고 못살게 굴었겠습니까?
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에는 가장 눈엣가시였던 백제 사람들은 얼마나 업신여겼겠습니까?

김춘추와 당나라에 볼모로 간 김춘추의 둘째 아들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서 열이 나던지...--;;
특히, 김춘추가 소정방에게 간, 쓸개 다 빼주고도
자기가 원하는 걸 다 얻지 못하자(특히 의자왕의 생사여탈권)
땅을 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자니 정말 한대 확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더군요.

뭐, 영화이니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든 장면이긴 하겠지만...
사실과 뭐 그리 달랐을까 생각이 되니 더욱 속이 상했다는 이야기지요...ㅡ.ㅜ;;

앙쥬...

(200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