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책]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앙쥬89
2006. 9. 27. 10:37
평소 사용하는 언어가 수학에 등장하는 순간 낭만적인 울림을 띠는 것은 어째서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우애수도 그렇고 쌍둥이 소수도 그렇고, 적확함은 물론 시의 한 구절에서 빠져 나온 듯한 수줍음이 느껴진다.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그 속에서 숫자들이 서로 포옹하기도 하고, 똑같은 옷을 차려입고 손을 마주잡은 채 서 있기도 한다. - 본문 중에서 -
솔직히 난 수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싫어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학입시를 위한 과목으로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봤지만
한번도 수학적 언어가 아름답다거나 수학기호가 신비롭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기호가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수학적 언어가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나의 아이는 수학적 언어의 아름다움을, 수학기호의 신비로움을
일찍 깨닫고 향유하게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불의의 사고로 80분간의 기억력만을 지니게 된 박사와
온 몸으로 불행에 저항해 살아온 20대 후반의 파출부 '나'
그리고 그녀의 열살난 아들 '루트'가 엮어가는 1년 간의 아름다운 동행이 참 아름답다.
최근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잔잔하지만
읽고 난 여운은 가장 오래가는 소설이었다...
앙쥬...
(2006. 9)